미궁에서는 길을 잃을 위험이 없다. 갈래 없이 길이 하나로만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미궁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가진다. 반복해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길을 꺾어 걸어나가지만, 자신의 위치정보를 알 수도 없고, 방향도 잃어버린다. 명백히 물리적으로 한정된 공간 안에서, 길도 하나인데 우리는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걸으면 걸을수록, 방향을 꺾으면 꺾을수록. 나는 미궁의 이러한 특성이 삶의 속성을 매우 잘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복 속에서 길을 잃듯 삶에서 길을 잃어버리지만, 사실 그것은 정말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느끼고 판단하는 것 뿐이지. 

미궁 시리즈 작업은 여러  개의 바다 찍은 사진을 수평선을 기준으로 이어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언제나 저 머너를 상상하게 만드는 수평선을 이어 미궁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가지는 견고한 구조물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것이 발전하여 Gran Canaria의 남쪽 해변가에서 촬영된 이미지로 완성된 <Horizon Labyrinth>가 되었다. 이 작업은 해변가의 같은 위치에서 일출부터 일몰까지 5분간격으로 직접 촬영된 수평선 이미지로 제작 되었다. 

 

Horizon Labyrinth,
velvet cloth, 4×4 meters, 
object, installation, photo collage,
2023.

 
 Ho

Horizion Labyrith는 바닷물 표면의 효과를 강조하는 벨벳 천에 인쇄되어 미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완성되었다. 반면 그 다음 작업 <A Missing Place is Everywhere>는 비행운으로 조직된 미궁을 실제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작업이다. 영상의 시작과 끝이 동일하여 루프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엇비슷한 정보가 반복되어 실제로 길을 잃는 듯한 시각적 느낌을 의도하였다. 

A Missing Place is Everywhere,
photo collage, video, 32min,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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