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변하지 않는 견고한 것들이 있다. 질서 유지를 위한 규칙과 약속이 그렇다. 나는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다수의 합의를 의심없이 수용해야 하는 일방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나는 그 약속에 개입할 수 있는가?

예컨데 ‘안전지대’는 도로 위에 그려진 진입 금지 구역이다. 들어가서는 안되는 빈 공간, 즉 부정성을 통해 도로의 교통은 비로소 원활해진다. 하지만 개입의 가능성을 떠올리며 나는 다가오지 말라는 노란색 빗금선의 경고를 무시한 채 선을 밟고, 안과 밖을 넘나들며 그 위에서 줄타기를 해보기로 한다.

바닥의 노란 영역은 내 방의 넓이를 보여준다. 이 넓이를 그대로 안전지대로 가져와 가릴 수 있는 만큼의 선을 덮었는데, 결과적으로 닫힌 선이었던 안전지대의 도형은 열린 선이 되어 출입금지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음으로 안전지대의 모습을 복사한 방바닥을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으로 펼쳐본다. 또 한번 본래의 모습을 잃고 확장된 안전지대는 도로 위를 침범하고 이로인해 오히려 차량의 움직임을 막아 버린다. 이렇듯 내 방바닥 넓이만큼 가려지고 또 복사되면서 안전지대는 원래의 모습을 잃고, 출입을 금지하는 본래의 단호한 역할 또한 모호해졌다. 이 작업은 안전지대의 형상을 복사한 방바닥을 도로 내 방으로 가져와 설치하는 것으로 끝난다.

Safety Island Series,
yellow clothes, floor paper,
performances, fotos, video 5’00”,
2016.

https://youtu.be/W_r8CVUiZ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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