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라본다. 봄을 통해 세상이라는 재료로 나의 이면을 형성할 수 있기에 나에게 본다는 것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마치 깔때기와 같은 것이다. 세상을 거르고 걸러 나의 견해, 나의 기준 그리고 나의 정체성을 진흙 주무르듯 다져나간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알고,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선명한 나를 쫓을수록 바깥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가 좁고 어두워진다는 것이다. ‘내 것’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찾아내기 위해, 경험하는 세계를 이렇게 저렇게 편집하는 나의 시도는 끊임없이 지속된다. 하지만 거듭되는 시도는 빛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두번째 창문>을 만들어낼 뿐이다. 

<두번째 창문>은 책종이로 만든 반죽으로 창문을 덮은 작업이다. 종이죽이 만들어질수록, 그래서 이것이 창문을 덮어 말라갈수록 밝았던 방은 어두워진다. 창을 통해 빛과 어둠을 받아들였던 방은 이제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이 정지된 채 세상에서 분리되고 만다.

Second Window,
object, 100 x 120cm, book paper, flour, installation, video 3’37”,
2020.


https://youtu.be/xXjYeMvvG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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