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 앞 철도 다리 밑에는 항상 마르지 않는 물웅덩이가 있었다. 볕조차 방문하지 않는 그곳의 물은 언제나 존재해도 되고, 동시에 존재하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익명의 존재였다. 나는 이런 물웅덩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잘 보여질 수 있도록 마치 사물을 통한 번역처럼 달리 들어내 보이고 싶었다. 다소 적극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고안한 방식은 물을 흡수하면 작은 수건이 되는 코인티슈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이용해 웅덩의 물을 빨아들이고 적신 뒤, 다시 말려 마치 천조각처럼 만들었다. 이렇게 얻어진 총 488개의 티슈에는 웅덩이의 땟자국이 마치 드로잉처럼 남아있었고, 이들을 엮어 하나의 거대한 천으로 만든 뒤 다리 밑에 마치 현수막처럼 설치했다. 멀리서 보면 이 현수막은 그 무엇도 선전하지 않는다. 다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제서야 수분을 날려보낸 웅덩이의 남겨진 발화를 읽어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현수막은 약 7일 동안 다리 밑에 설치되어 있었다.
Water Placard,
object, 2 x 9.8m, coin tissue, mixed media, installation, performance,
2018.